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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 건너는 다리 제대로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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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6-04-0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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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형산강을 건너 금장대로 가는 다리를 만들기로 했다. 김동리의 단편소설 무녀도의 배경이 되는 곳에 시민들의 힐링코스를 만들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금장대를 새롭게 개발하기 위해 국비 150억원을 들여 현재 월령보 주위에 연장 250m(폭 4m) 규모의 다리 1개소를 설치하고, 자전거 도로와 금장대 둘레길을 조성한다.
 조만간 실시용역을 마치면 오는 8월에 착공해 내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무녀도의 배경인 금장대와 설화가 전해오는 예기청소지, 선사시대 암각화, 금강사지 터, 경주 예술의 전당 등을 연계하는 경주의 또 다른 명소 하나가 생겨난다.
 이 다리가 형산강을 가로질러 놓이면 금장대가 시민들과 한층 더 가까워진다. 그동안 강 건너에서 금장대를 바라보다가 금장대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김동리 문학의 현장을 배회하면서 경주의 문화적 자원을 체험하게 되고 금장대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아직 용역이 마무리 되지 않았으니 미리 이 다리에 대해서 당부하고자 한다. 다리는 한 번 세우면 수백년 동안 활용할 수 있다. 또 아름답고 튼튼한 다리는 문화유산으로 남겨진다. 형산강을 가로질러 금장대로 가는 이번 다리는 정말 신중하게 놓기를 바란다. 예산이 그 정도라면 제대로 된 돌다리도 놓을 수 있다. 콘크리트와 현대식 자재로 건설하는 다리는 흔하디 흔하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다리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월성 서편 월정교가 문루공사를 시작하면서 경주, 나아가서 대한민국 최고의 다리가 태어나기 직전에 있다. 월정교는 신라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므로 당연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교량으로 손색이 없다. 오랫동안 고증을 거쳤고 문화재청과 긴밀한 협의를 했으므로 월정교가 완공되면 경주로서는 엄청난 유산 하나가 복원되는 셈이다.
 금장대로 향하는 다리는 이와 다르다. 지금 세워 후손에게 물려줄 우리의 정신이 담겨야 한다. 경주에 제대로 된 다리는 하나도 없다. 신라천년 고도라면서 인상적인 다리 하나를 갖지 못했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에는 대표적인 다리 하나는 가지고 있다. 예컨대 체코 프라하의 카를교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이으며 블타바강에 가로놓여 있다. 이 다리는 프라하성을 배경으로 동유럽 최고의 야경을 만들어낸다. 파리의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파리 시민들은 물론 세계의 관광객들에게 호감을 준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국내 기술진에게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으면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 공모의 문을 열면 된다. 경주의 정체성과 형산강, 금장대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걸작이 탄생되기를 기대한다.
 인근 도시들은 그 도시의 랜드 마크를 만든답시고 다리를 지었지만 얼핏 보면 마치 중국산 장난감 같다. 이 같은 어리석음을 되밟지 않기를 바란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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