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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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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3-2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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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의 까를교 아래에 스메타나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그 박물관은 체코의 국민 음악가인 스메타나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게 평범하며 박물관이라기보다는 까를교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카페처럼 이용된다. 그 박물관에는 스메타나의 유품들도 진열돼 있지만 그의 교향시 '나의 조국'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2악장인 '몰다우' 같은 귀에 익은 곡조가 흐른다. '몰다우'는 바로 박물관 앞을 흐르는 강인 '블타바'의 영어식 표현이다.
 한 인물, 특히 예술가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은 그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고 문화가 관광과 조화를 이루는 품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프라하에는 스메타나뿐만 아니라 '신세계교향곡'을 작곡한 드보르작 박물관도 있고 '변신'의 작가 카프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프라하가 동유럽의 대표 관광지로 떠오르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예술가들의 얼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경주에도 많은 역사문화적 인물들이 있다. 당장 우리 신문학을 대표하는 목월과 동리가 있다. 이들을 기리는 문학관도 있고 목월의 생가도 복원이 됐다. 그런데 이 자원들이 관광자원으로 제대로 융합되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문학관은 전시와 교육 기능만 강화되다 보니 관광적 요소가 적다. 이를테면 이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문학 축제와 문학을 바탕으로 한 공연예술을 활성화 시킨다면 의미도 있어지고 활용도도 커질 것이다. 물론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미 그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불국사와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목월 생가는 너무 외떨어진 곳에 있어 찾는 이들이 거의 없다. 여기에도 인접예술과의 융합이 필요하다. 근엄하게 시인의 시적 성과만 따질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접근성으로 보면 동리생가가 가장 안성맞춤이기는 하지만 아직 생가 복원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아쉽긴 하다. 그러나 애초 생가복원에 앞서 동리의 문학적 자산을 종합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서 복원하는 작업이 선행된다면 경주의 중요한 관광자원 하나가 더 생겨날 수 있다.
 예컨대 '무녀도동리' 같은 뮤지컬이 상설 공연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확보해서 생가의 콘텐츠를 보태는 일을 구상하는 것이 옳다. 단순하게 건물만 복원하고 존치한다고 해서 스토리텔링을 완성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가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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