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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노래비 세울 때는 언제고 벨 때는 언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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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17-06-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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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역 앞 연리지(連理枝) 나무가 밑동 만 남은 상태로 공개됐다. 이에 관광객들은 안동시의 관리소홀 책임을 제기하고 있다. 안동을 대표하는 가요 '안동역에서'의 기원이 됐던 이 나무는 안동역사(驛舍) 옆 작은 공터에 60여 년 동안 자란 벚나무다. 뿌리가 다른 두 그루의 벚나무 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란다고 해서 연인들의 '사랑의 징표' 역할을 해왔다. 전국에서 이 연리지 벚나무를 보기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중가요 '안동역에서'노랫말에는 역무원과 승객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고, 연리지 나무는 그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했다. 안동시는 이 노래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노래비까지 세웠다.
 안동시가 이 나무를 잘라버린 이유는 연리지 나무가 고사해 쓰러질 우려가 있어 안전사고 발생 우려 때문이다. 시는 이런 이유를 들며 이 나무를 쥐도 새도 모르게 베어 버렸다.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이같은 사실을 모른 이유는 근처에 있던 보물 56호인 통일신라시대 5층 전탑의 보수를 위해 6개월여 전부터 가림막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가림막이 철거돼 관광객에게 다시 공개됐지만, 연리지 나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가림막 뒤에서 벌어진 참사였다.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관광열차를 타고 온 많은 관광객들 중 이 연리지 나무를 보기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을 만큼 안동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 중 하나인데 감쪽같이 사라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안동시의 이번 조치는 한마디로 무지의 소산이며 진중치 못한 결정이다. 고사위기에 처했다면 경북도산림환경연구원이나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가능하면 소생토록 조치해야 했다. 백번 양보해 만일 수명을 다해 고사를 막을 수 없었다면 고사한 채 보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이런 고사목의 경우 고사 상태에서도 수 십 년을 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그 동안 옆에 후계목을 심어 상징성을 승계하는 방안을 찾을 수도 있다.
 안동시는 한국철도공사와 나무관리의 '소관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비슷한 연리지 나무를 수소문해 그 자리에 식재해 노래비가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베어진 연리지만한 스토리와 상징성을 가진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타 지자체의 경우 이보다 격이 떨어지는 상징물에도 온갖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안동시가 관광 상품이 많아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몰라도 아무런 고민 없이 상징물을 베어낸 것 같아 아쉽다. 노래비를 세울 때는 언제고 베어낼 때는 또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랬는지, 시장에게 물어보고 싶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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