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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특별기고] 봄바람아 곱게 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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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풍회장(整風會長)·교육학박… 작성일21-03-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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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풍회장(整風會長)·교육학박사  김영호아파트 창에 비친 벚꽃나무에 앵화(櫻花)가 아름답게 피기 시작한다. 추운 겨울을 보내느라 전라(全裸)의 가지도 추위에 상했을 터인데, 고운 꽃을 피우고 있으니 고맙기도 하다.
   문중의 사적을 정리하여 한권의 책자를 꾸며 본다고 3,4개월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느라 곱사등이 되어 양춘가절(陽春佳節)이 오는 줄 몰랐는데, 어느덧 따듯한 춘광이 언 땅을 녹여주고 다감한 봄바람 덕택으로 정원수는 창문에 정겨운 대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다시금 자연의 창조적 신비에 감탄할 따름이다.
   꽃이 피려면 따뜻한 봄볕이 상조(常照)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가 어려운 것 같다. 다소 쌀쌀한 꽃샘바람이 불고 간 다음에 아름다운 꽃이 피니 말이다.
   친우와 같이 오늘은 일양(一陽)한 날이라 보문단지 호반(湖畔) 길을 길어 보았다.  가뭄이 길었는데 보문호는 경주시의 배려로 서천 형산강의 물을 양수(揚水)하여 만택(滿澤)을 이루고 있어서, 금년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는 걱정이 없을 것 같아서 시장(市長)에게 감사를 드린다.
   하얀 목련이 깨끗하게 피어 있고, 매화나무 가지의 작은 꽃들이 신생아의 모습처럼 무척 귀엽게 보인다. 지금 벚꽃이 다투어 피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3, 4일이 지나면 만개하여 화천지(花天地)를 이룰 것 같다. 주말이 아닌데도 많은 상춘객이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손을 잡고 완보를 하는 모습에 가버린 지난세월이 새삼 그리워진다.
   포물선을 그리며 호반에 길게 드리워진 버드나무 가는 가지에 연두 빛 신엽(新葉)이 조용한 봄바람에 흔들거린다.
   "녹양(綠楊)이 천만사(천만(千萬絲)인들 가는 춘풍(春風) 매어두며 탐화봉접(探花蜂蝶)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50년대 중반 고교 시절에 읽었던 시귀(詩句)가 문득 떠오른다.
   호수를 내려다보며 포물선을 그리고 있는 버들나무 초지(梢枝)를 봄바람은 간드리고 지나가지만 가지는 그것을 붙잡을 수 없다하니 소객(騷客)은 그 불가시의 정경을 절묘한 표현으로 담아내었기에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으랴.
   꽃을 탐하는 벌과 나비도 그 아름다움에 오래 취하고 싶지만 끝내 떨어지고 마는 낙화(落花)의 비정에 세상의 무상을 어찌 변명할 것인가.
   한해를 기다렸던 보문호반의 화려한 벚꽃도 만개(滿開) 삼일을 참지 못하여 무정한 바람에 화설(花雪)이 되어 날리게 될 것을 생각해보니, 봄바람은 꽃을 피우는 좋은 바람이고 또한 꽃을 지게 하는 서운한 바람이기도 하다.
   바람은 불어가는 것이 본질이다. 불어가지 않는 바람은 없다. 약하게 불면 미풍이고 강하게 불면 강풍이며, 아주 심하게 불편 태풍, 빙글빙글 돌며 부는 바람은 회오리바람이다.
   훈훈하게 불면 훈풍, 차갑게 불면 한풍, 어머니 치마에서 불면 치맛바람, 이팔청춘의 가슴에 정서적으로 불면 봄바람이고. 정가에서 불면 정치바람이며, 비를 몰고 오면 비바람이다.
   바람은 미세 먼지를 날리고, 티끌을 쓸어가며 전신주를 무너뜨리고 가옥을 파손시키며, 새로운 문화양식을 상륙(上陸)시켜 문화접변을 시도하기도 한다. 밤나무 가지에 불면 알밤이 떨어지고, 늦가을 감나무에 불면 홍시가 떨어져 터지며, 바람은 정치 판도를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일으킨다. 
   바람은 변화를 시도하고 새 모습을 갖게 하는 변화의 기능을 갖는다.     신축년 새 봄에 서울과 부산에서 부는 정치 바람이 대한민국의 새 모습을 단장할 수 있는 가치적 변용을 위한 국태민안의 바람이 부는 것 같으니, 경주 보문호반의 양류세지(楊柳細枝)를 아름답게 흔드는 봄바람 같이 근역(槿域)에 곱게 부는 정풍(整風)이 되었으면 한다.
정풍회장(整風會長)·교육학박…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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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