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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식 인문학칼럼] 롤리타보다 아름다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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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전인식 작성일21-04-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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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전인식일전에 조두순의 출소로 세상이 시끄러운 적이 있다. 의외로 소아성애자로 밝혀진 유명한 사람들도 많다. 찰리 채플린과 마하트마 간디를 꼽기도 한다. 인간의 안과 밖은 때로는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 모양이다. 몇 해 전 소수 성애자 관련 할리우드 괴담이 떠돌아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적도 있다.
   소아성애자에 대한 대표적 소설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들 수 있다. 책을 읽기 이전에 먼저 영화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본인 또한 1962년도에 제작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와 1997년도에 애드리안 라인 감독이 만든 영화를 두 번씩이나 보았다.
   원작을 읽기 전에 한 번씩 보았고 원작을 읽고 난 후 또 한 번씩 봤으니 총 다섯 번이나 롤리타를 만난 셈이다. 늘 느끼는 사실이지만 원작을 따라가는 영화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는 흑백영화이다.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하듯 흔한 키스 장면도 제대로 없다. 도덕성의 문제 아니면 검열 때문일까 너무 점잔을 뺀 영화라 지루하기까지 했다.
   원작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영화에 참여하여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소설 속의 대사를 많이 인용한 것 빼고는 특별함이 보이지 않았다. 롤리타 역의 여배우도 다소 나이가 들어 보여 실망스러웠다.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가미되었다고나 할까 벤쳐스가 만든 주제곡 또한 그렇다.
   반면에 애드리안 라인감독의 영화는 롤리타의 섹시함과 성적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중년 남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스프링클러 물기에 젖은 소녀의 영화포스터 한장만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영화이기도 하다. 배역 또한 전작의 롤리타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 특히 선정적이고 관능적인 영상미가 돋보인다.
   '롤리타 콤플렉스'나 '롤리타 신드롬'이라는 말의 탄생은 이 영화를 통해서였다. 그리고 롤리타 패션, 롤리타 향수까지 등장했다. 영화에 대한 내용과 감상평은 생략함이 좋을 듯하다.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다. 법률적 측면에서 보면 미성년자 보호법을 비롯하여 적용될 법 조항들이 많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심리학적등 여러 측면에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문학적, 미학적으로 말 하고 싶은 것이 많으나 칼럼이라는 특성상 생략하고자 한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적어보고 싶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원작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단순한 중년 남자와 어린 소녀와의 연애소설로 알고 덤벼들었다가는 큰 오산이자 낭패를 맛볼 수 있다.
   일단은 560페이지 가까운 두툼한 분량에다가 페이지마다 하단에 인용된 각주만 해도 1부에 58개, 2부에 88개 총 146개의 신화나 문학 작품들이 등장한다. 이만큼 원작 롤리타는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을 번역한 작가도 20년간 번역 생활 중 가장 어려운 번역이었고, 미완성 번역이라고 술회했다.
   해설가 또한 이 책은 최소한 2회 이상은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한번은 주인공 험버트의 목소리로, 다른 한번은 서술자인 나보코프의 목소리로 읽어야 한다고 밝혔다. 험버트의 롤리타와 나보코프의 롤리타가 이중화 삼중화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두 편의 영화는 각각 두 번씩 봤으니 때가 되면 소설 롤리타를 다시한번 더 읽어야 겠다.
   한마디로 독자를 갖고 놀았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 뛰어난 문장가 나보코프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간간이 혼용하며 최대한 언어유희를 즐기며 이 작품을 썼다. 뭔가에 홀린 듯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문장 속으로 빠져든 봄날 어느 순간 꽃이 피고 꽃이 져버렸다.
   시립도서관 대여 기간이 며칠 지나갔지만 반납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곁에 붙들어 두고 싶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 영화에 가려진 원작의 아름다운 문장들이 사월의 꽃처럼 피어난다. 롤리타보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문장이 더 아름답다.
시인 전인식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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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