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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지 문화칼럼] 4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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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홍영지 작성일21-04-2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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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가 홍영지4월,  완연한 봄이다.     천지에서 생명들의 박동소리가 들려오고 한 겨우내 추위에 움치고 떨던 꽃과 나무들이 제 철을 맞아 피워낸 꽃망울과 연록의 새순들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마당에 나와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감자는 벌써 움이 한 치나 자랐고 함빡 입 벌린 배꽃은 웃음이 화사하다.
   비단 위에 봄을 수놓은 꽃다지 옆에서 작약의 새순이 수줍게 자리하고 젊어서도 늙어서도 할미인 할미꽃의 수그린 고개가 자못 애처롭다.
   라일락 보랏빛 꽃이 향을 준비하며 여기저기 듬성듬성 자리 잡은 민들레들을 굽어보고 있다.
   감나무, 모과나무, 꽃사과도 가을을 꿈꾸며 새순을 돋웠다. 모두들 새 생명의 등불을 밝혀들고 있다.
   고개를 돌려 담장 너머를 바라본다. 저만치 보이는 길가의 벚꽃들은 빛을 잃었다.
   한참 흐드러지며 구경꾼들의 발길을 끌어야 할 지금 이미 분분히 떨어져 아스팔트길 위로 비극처럼 바람에 쓸려 다닌다.
   아깝게도 목련도 져 버렸다. 이제 달력들이 계절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지구가 열병을 앓나 보다.
   4월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많이도 불렀다. 거리에서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를 가끔 들을 수 있었다. 요즘은 별로 들을 수 없지만 그래도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으리라.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이 고장 출신인 박목월의 시에 김순애가 곡을 붙였다. 서정이 넘쳐나는 참 아름다운 노래다.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은 4월이면 이 노래를 불렀다.
   또래였던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 애절한 사랑과 낭만을 그렸다. 빛나는 꿈의 계절을 노래하고 눈물어린 무지개도 그렸다. 그러면서 세월 따라 이제는 늙은이들이 되었다.
   요즘의 젊은이들을 생각해 본다. 노래할 꿈과 사랑, 그리고 눈물지을 무지개마저 잃고 있을 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알맞은 급여를 보장하는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독립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점점 길어지는 노령의 인구가 부양의 책임만 더욱 가중시킨다. 결혼 적령기는 뒤로 밀려가기만 하고 결혼하여서도 내 집을 장만할 몫돈을 모우기는 아득하기만 하다. 인생의 봄이 너무 힘겹다. 젊은이들아 이 일을 어찌하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는데 봄이 봄 같지 않구나.
   왕소군이 눈물지며 읊은 봄이 지금 우리의 봄과 별로 다르지 않다. 꽃 피고 새 우니 정녕 봄인데 마음에는 봄이 봄 같지 않다. 그리운 사람들끼리의 모임은 차단되고 삶은 힘들고 피폐해 졌다.
   마스크로 가린 입에서는 웃음을 읽을 수 없고 객지에서 부모 그려 찾아오는 아들, 딸, 손주들도 막아야 한다. 삶이 삶 같지 않다. 이 무슨 생뚱맞은 고난인가.
   그래도 우리는 추위 끝에 다시 찾아온 봄 4월을 맞아 노래를 해야 한다. 목련꽃은 이미 져버렸어도 한가닥 목월의 시심을 빌어서라도 빛나는 꿈과 사랑을 노래해야 한다.
   클로버 피는 언덕에 앉아 휘파람을 불면서 무지개 같은 희망을 노래해야 한다. 희망을 노래하면 희망이 살아난다. 언젠가 이 또한 지나가고 만다. 지나고 나면 모든 것은 한순간이다. 고난도 아픔도 슬픔까지도.
수필가 홍영지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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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