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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섭 목요칼럼] 나도밤나무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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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물류 대표 배태섭 작성일20-05-2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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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물류 대표 배태섭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른 국가에 어김없이 인도가 등장한다. 인도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나라여서 태어나서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나라에 속한다. 또 갠지스 강변에서 이른 아침 요가를 하고 카레에 버무려진 채소에 밀가루 떡을 찍어 아침을 먹은 후 힌두사원에서 명상에 잠기는 그 신묘한 체험을 꿈꾼다. 인도에 대한 이 같은 동경은 동서양인을 막론하고 대동소이하다.
     인도 북부지역의 리시케쉬는 갠지스 강이 히말라야 산록을 타고 흐르다가 처음으로 평지와 만나는 곳이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살던 힌두교의 수행자들은 겨울이 되면 혹독한 추위를 피해 리시케쉬로 수행의 거처를 옮겨 겨울을 난다. 그래서 이 지역은 힌두교 성지 가운데 대표적인 곳으로 손꼽힌다. 갠지스 강이 흐르는 리시케쉬의 강변에서는 두어 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 둥지를 틀고 명상에 빠져있는 수행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산발한 머릿결의 그들에게는 남루한 오렌지색 수행복 한 벌, 탁발을 위한 양은 그릇 하나, 삼지창이 소지품의 전부다.
     이 리시케쉬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68년 2월 16일 비틀즈가 이곳에 있는 마하리쉬 마헤시 요기의 수행도량을 찾고 난 뒤부터였다. 당시 전 세계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던 비틀즈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계 언론의 표적이 됐다. TV를 통해 존 레논이 요기 앞에서 통기타를 치며 '성자의 행진'을 부르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인도의 초월명상과 리시케쉬가 덩달아 세계에 소개됐다. 이 때 인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비틀즈의 멤버들 뿐 아니라 또 하나의 영국 록그룹이었던 롤링스톤즈의 리더 믹 재거, 영화배우 미아 패로우, 포크가수 도노반 등도 있었으니, 당시 리시케쉬에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총동원된 셈이었다.
     비틀즈가 동양적 사유세계와 만난 출발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리시케쉬에서 이뤄진 동서양의 조우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들이 마하리쉬 요기의 수행처에 머무는 동안 요기가 여배우 미아 패로우에게 성적인 접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이 살아왔던 서구의 관습과 종교관에 의하면 마하리쉬 요기의 접근은 분명한 성추행 사건이었을 것이지만, 요기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행위는 힌두 초월명상의 한 방법일 따름이었다. 모든 것을 초월하고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욕망과 만나 자아를 해방시키고자 했던 요기의 수행논리를 비틀즈가 이해했을 리 만무했다.
     그 사건을 접한 비틀즈의 멤버들에게는 단지 현실을 초월한 성자로 보였던 요기가 한순간의 성적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으로 추락해 보였을 따름이다. 잠시나마 요기의 매력에 빠져 그들의 눈에 덮씌워져 있던 콩깍지가 일순간 벗겨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피에 흐르는 본성과 뼈를 굵게 한 성장의 배경을 쉽게 버리지는 못한다. 서양 현대문화의 대표 주자였던 비틀즈가 동양적 정서를 자신들의 음악 세계에 도입하고자 했던 시도는 해석적 오류를 저지르고 그 즈음에서 일단 중단된다. 한 때 자신의 조국이었던 영국이 지배한 식민지 인도에서 정신적 훈수를 얻겠다던 시도부터가 역설이었다.
     옛날 한 임금이 있었다. 이 임금은 신하에게 궁전 뒤에 백 그루의 밤나무를 심게 했다. 신하가 전국을 돌며 좋은 열매가 맺히는 밤나무 백 그루를 구해 왔다. 그런데 막상 심어보니 한 그루가 모자랐다. 마지막으로 남은 밤나무는 모양은 밤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쭉정밤나무였다. 신하는 이 나무를 버리려고 했다. 이 때 이 나무가 말했다. "나도 밤나무에 넣어주십시오" 그래서 이 나무는 나도밤나무라고 이름 지어졌다. 나도밤나무는 외견상 밤나무와 비슷하지만 밤이 열리지 않는다.
     여름에는 황백색 꽃이 피고 가을에는 밤 대신 둥글고 붉은 열매가 맺힌다. 모든 사물의 가치가 양면성을 가지고 있듯이 나도밤나무의 설화도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하나는 적극적인 삶을 개척하는 진취적인 나무로, 다른 하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린 줏대 없는 나무로.
     우리 사회에도 양면성은 극명하게 존재한다. 자신이 포함된 세계의 가치관이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그것을 '확정편향'이라고 한다. 우리는 최근 들어 극심한 진영 갈등을 겪고 있다. 정치가 가장 심하다. 21대 국회가 곧 열린다. 지난 최악의 20대 국회에서 보여준 편향성을 극복할 수 있을까? 리키케쉬에서의 비틀즈가, 밤나무 무리 속의 나도밤나무가 겪었던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TS물류 대표 배태섭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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