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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라오스로 소풍갈래?] 신의 입김으로 재탄생한 건축물 `왓씨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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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20-06-25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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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콩강변에 자리한 라오스 최고의 사찰 왓씨엥통.   
[경북신문=이상문기자] 시사방봉 거리가 끝나갈 무렵, 그러니까 메콩강과 칸강이 합류하는 신성한 장소에 선 사원인 왓씨엥통은 라오스 건축양식의 흰 눈썹이다. 두 강이 만나는 곳에 세웠다는 점도 비범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혀를 내두를만하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을 허용해 준다면, 나는 지구상에서 왓씨엥통 보다 아름다운 종교건축물을 보지 못했다고 단언하고 싶다. 신성한 불상의 도시 루앙프라방에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있을 뿐이겠지만 나는 왓씨엥통의 경내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인간이 손으로 만든 사원이지만 신의 입김에 의해 재탄생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 단호하고 소박한 곡선미

  사원의 본당 지붕은 미춤한 몸매를 가진 여인의 허리곡선 같았다. 지붕이 만들어낸 추녀는 화려한 기술로 장식하지 않고 단호하고 소박하게 매조짐 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여타 건축물들이 요란한 장식을 하는 반면에 왓씨엥통은 단순한 마무리지만 곡선 자체로 황홀경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어쩌란 말인가. 짙은 눈썹을 가진 보살의 젖무덤 같기도 하고, 완만하게 웃음 짓는 부처님 상호의 부드러운 턱선 같기도 한 본당의 미학에 얼혼이 나가버린 것을.

  본당 안으로 들어가 보자. 내부는 외부에 비해 훨씬 더 화려하다. 본당을 지탱하는 나무기둥은 금박으로 장식된 화려함의 극치다. 황금의 사원이라는 본래의 이름에 걸맞은 기둥이다. 하지만 나무기둥보다 더 무거운 주제는 기둥을 따라 올라가다가 기둥이 받치고 있는 천장에 그려진 다마차카다. 다마차카란 불교에서 법을 뜻하는 다르마를 굴리는 바퀴를 말한다.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상징하는 사슴과 법륜이 바로 다마차카다. 황금으로 그려진 다마차카는 왓씨엥통의 숨겨진 보물이다. 왓씨엥통에 가면 반드시 본당의 천장을 올려다 봐야 한다.
                     ↑↑ 왓씨엥통 본당 입구를 장식한 부처님의 일생을 모자이크로 새긴 황금 벽화.   

◆ 생명의 나무가 전하는 윤회사상

  본당의 뒷벽에는 생명의 나무가 모자이크로 조각돼 있다. 각양각색의 보석들을 잘게 부숴 정교하게 짜맞춘 생명의 나무는 천상의 세상에 오르는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과 가축, 맹금류가 다양하게 묘사돼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논리가 한 눈에 파악된다. 이승에서 쌓은 업으로 다음 세상에 태어날 수 있는 다양한 축생들을 제시했고, 급기야 부처님의 세상인 천당에 이르기 위해서 다르마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명의 나무 꼭대기에 열매 대신 부처님과 열반성자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천상의 세계가 묘사된 것으로 본다면 생명의 나무 한 그루가 주는 교훈은 인간 세상에 던지는 매우 단순하지만 축약된 논리다.
                     ↑↑ 윤회사상을 한 눈에 설명한 '생명의 나무'.   

◆ 시사방봉왕의 상여 전시

  사원의 동문에는 왕실 장례법당인 홍껩미엔이 있다. 머리가 일곱 개 달린 나가로 장식된 12m 짜리 왕실 전용 장례마차가 전시돼 있다. 루앙프라방을 융성하게 만든 란상왕국의 시사방봉왕은 이 마차를 타고 저 세상으로 갔다. 홍껩미엔의 외부 벽은 화려한 황금색으로 장식돼 있다. 벽화는 힌두신화인 라마야나를 표현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에로틱한 장면도 나온다. 불교 국가에서는 금기시된 관능적인 미투나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리고 내부에 전시된 다양한 불상과 자타카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한 점의 자타카가 눈에 들어왔다. 부처님이 연꽃 위에 앉아 명상에 드신 모습을 그린 자타카다. 비엔티안 왓시사켓의 자타카처럼 세밀화가 아니다. 생략할 부분은 과감하게 무시했고 색감도 수려하다. 이 정도면 현대 회화 시장에 내놔도 큰손들이 혼비백산 달라붙을만한 걸작이다. 이런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도 라오스다.
                     ↑↑ 왓씨엥통 본당 뒤의 자그마한 붉은법당. 법당의 외형과 모자이크가 뛰어난 예술미를 간직하고 있다.   

◆ 모자이크로 표현한 일상

  본당 뒤도 심상치 않다. 불상을 안치한 세 개의 작은 법당과 탑들이 세워져 있다. 작은 법당들은 붉은 색으로 칠해져 있어 프랑스 역사학자들이 '붉은 불당'이라고 이름 지었다. 와불도 있다. 당시에는 와선하는 부처님의 상을 모시는 것이 흔치 않았지만 이 곳에서 과감하게 사용했다. 불상도 볼만하지만 압권은 작은 법당들의 벽화들이다. 부처님의 전생을 그린 자타카와 라오스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재미나게 묘사했다. 본당과 마찬가지로 희안한 보석들로 꾸민 모자이크 자타카는 보는 이들의 눈을 호강시킨다. 호강은 시신경을 따라 두뇌를 거쳐 마음의 정화를 일으킨다. 왓씨엥통. 단연코 지상의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사원이다.

  왓씨엥통은 1559년 쎗타티랏 왕에 의해 처음 지어졌다. 1975년까지 왕실의 후원을 받아 유지됐으며 19세기 말 중국의 침략에도 파괴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또 붉은 법당 외부 벽화는 1957년 불기 2,500년을 기념하기 위해 조각된 것들이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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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