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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데스크칼럼] 내 친구 보수기는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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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이상문 작성일20-07-0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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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국장 이상문메일을 수차례 보냈는데도 답이 없다. 아직 열어보지 않고 있다. 조바심에 전화를 걸었지만 긴 발신음 뒤에 페르시아 언어의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이란에 사는 내 친구 무함마드 보수기 테헤란대학교 역사학과 교수가 걱정된다. 극심하게 코로나19의 피해를 겪고 있는 이란의 사정으로 본다면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욱이 그 친구는 평소 당뇨병이라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만에 하나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위험하다. 제발 아무런 일이 없기를 그가 믿는 신에게 빌어본다.
 
  보수기 교수는 내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의 현장 취재를 위해 이란으로 갔을 때 헌신적으로 지원해 준 친구다. 그는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해양 실크로드 분야의 권위자다. 경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쿠쉬나메'는 고대 사산왕조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자가 신라로 망명해 신라 공주와 결혼 하고 다시 조국으로 돌아가 조국을 재건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사시다.
 
  물론 역사적인 팩트를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 서사시가 역사적 진실을 완전히 외면한 허구가 아니었다면 신라와 고대 페르시아의 교류를 증명하는 획기적인 증거자료로 제시될 수 있다. 오랫동안 대영박물관에 묻혀 있다가 발견된 '쿠쉬나메'에 등장하는 신라와 페르시아의 관계를 가장 권위 있게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실크로드의 동쪽 출발점이 신라였다고 주장하는데 앞장선 인물이 보수기다.
 
  인연이 길어 이란에서 만난 후 여러 차례 이메일로 안부를 전하다가 그가 한양대학교 교환교수로 왔을 때 우리는 경주와 서울을 오고가며 교분을 쌓았다. 그는 경주에 올 때마다 감탄을 했다. 자신의 중요 연구 성과인 '쿠쉬나메'의 무대를 직접 밟고 있다는 감회에 젖어 원성왕릉의 무인상과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페르시아 관련 유물 앞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는 경주에 대해 "내가 다녀본 세계 여러 도시들 가운데 경주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경주에 올 때마다 전통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한식을 즐겨 먹으며 대한민국의 문화를 익히려고 노력했다. 그는 "이처럼 아름다운 경주가 고대에는 세계의 중심도시였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며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는 '쿠쉬나메'와 고대 페르시아와 아랍의 문헌에 등장하는 신라를 소개하는데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서울에서, 대구에서 학술대회를 통해 신라가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학문적으로 증명하는데 공헌했고 경주에 와서는 화백포럼을 통해 경주가 세계사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도시인가를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일이 있고 나서 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에게 황금과도 같은 콘텐츠인 '쿠쉬나메'는 서서히 잊혀가고 있다. 말로만 신라가 고대에서 얼마나 위대한 국가였는지 외칠 것이 아니라 세계적 권위자들로부터 학술적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하고 방법론까지 깨우쳐 줬지만 허사였다. 한때 '쿠쉬나메'의 주인공인 '아브틴'의 일화를 다룬 넌버벌 퍼포먼스도 만들어지고 동화로도 각색돼 나왔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경주시와 경상북도가 이 자원을 활용하는데 얼마나 무심했느냐를 증명해 준다.
 
  '쿠쉬나메'에 등장하는 신라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국가였다. 길거리에는 꽃과 노래가 흘러넘치고 황금이 흔해서 황금 장신구가 널렸던 나라였다. 젊은이는 자유롭게 사랑을 속삭이고 평화를 사랑하는 백성은 전쟁 없이 행복한 삶을 누렸다. 그런 신라를 세계에 제대로 알린다면 경주의 브랜드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내 친구 보수기는 안전한 것일까. 만약 그가 궤변을 당했다면 그가 가진 방대한 신라 관련 자료는 허무하게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눈앞에 놓였던 보물을 무신경으로 지나쳐버린 일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부디 건강하고 무사하기를.
편집국장 이상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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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