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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섭 칼럼] 용서받지 못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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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물류 대표 배태섭 작성일20-07-1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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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S물류 대표 배태섭진정한 용서가 있을까?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용서란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라고 했다. 용서할 수 있는 것을 용서하는 것은 엄격하게 따져서 용서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것,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우리는 용서에 둔한 삶을 살고 있다. 사소한 다툼에서도 진노하고 그것이 송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객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용서하지 못 할 것도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응징하려 한다. 마치 용서를 해준다면 자신이 초라한 존재로 전락할 것 같은 조바심을 느끼는 듯하다.
 
  정치에 있어서의 용서는 극히 제한적이다. 상대 진영의 잘못에 대해 기회만 잡히면 집요하게 물어뜯는다. 상대를 밟아야 이길 수 있다는 논리가 정치에서 통용된다. 걸핏하면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언론은 그것을 받아서 대서특필한다.
 
  지나간 정권에 대한 용서는 더 쉽지 않다. 지나간 정권이 행했던 많은 일들이 자신과 자신의 진영을 힘들게 했거나 정권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면 어김없이 복수한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의 최고 통치자나 중요한 인물들은 줄줄이 감옥으로 간다. 그래놓고 적당한 시기에 사면을 한다. 정치적 사면에는 용서라는 개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손익이 개입된다.
 
  2006년 개봉된 김래원과 김해숙이 출연한 영화 '해바라기'가 있다. 조폭영화 전성시대에 나온 영화지만 비교적 스토리라인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영화였다.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이 출소하자 마치 친자식을 반기는 것처럼 맞이해 알뜰하게 챙기는 김해숙과 자신을 용서하고 아들과 다를 바 없이 여겨주는 김해숙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김래원의 이야기는 뻔한 갈등구조를 가졌지만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속에 용서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한번 정도는 생각해 봐야 한다. 평화는 용서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용서할 당시의 고통을 감내한다면 또 다른 행복한 국면이 기다릴 수 있다.
 
  다음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과 관련한 청문회가 열린다. 이 청문회에는 최 선수를 괴롭혀 온 감독과 선배 선수들은 물론 경주시장과 기관단체의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참석한다. 청문회에서 그들은 진실을 이야기 할까?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도환 선수를 제외한 가해자들은 여전히 연락도, 사과도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최 선수의 가족들은 지금 진정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에 가득 차 있다. 자식과 형제를 잃은 고통은 형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죽음을 선택하는 데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 이들이 단 한 마디 사과를 하지 않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또 국회 증언에서 자신은 잘못이 없고 최 선수의 죽음에 책임도 없다고 얘기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도대체 이 사람들에게 용서라는 말이 적용될 수 있을까?
 
  책임 있는 이들의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는 것은 우리 사회에 진정어린 반성이 없다는 점을 거꾸로 증명하는 것이다. 사과 없는 사람에게 용서란 있을 수 없다. 감독과 폭력 중심 인물인 선배 선수에게는 선수자격 영구정지가 내려졌고 사과한 김도환 선수에게는 10년 정지가 내려졌다. 이 사람들은 모두 재심신청을 했다. 최 선수의 아버지 말로는 감독과 선배 선수는 재심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김도환는 우리에게 사과를 했으니 처벌을 적게 해달라는 뜻으로 재심 신청에 나섰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이 가슴을 울린다. "김도환 선수의 사과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가족들은 김도환 선수가 성실히 수사에 임하고 처벌 받은 후에야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정에서 우러나는 반성이 있다면 용서도 가능하다는 일말의 희망을 던지는 말이다. 사법적 처리가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를 당한 이로부터 진정한 용서가 있을 때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청문회에 불려나가는 모든 이들은 진실을 말하고 최 선수와 가족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용서를 받을 빌미를 마련할 수 있다.
TS물류 대표 배태섭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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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