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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호 수요칼럼] 여름은 역경을 체험하는 과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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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 작성일20-07-2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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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호여름은 일 년의 네 철(계절) 가운데 둘째 철로 봄·가을 사이의 더운 시기로, 성장과 낭만의 시절이라 한다. 또한 여름(열음)은 열매가 익어 간다는 뜻도 있다. 1년을 24절기로 세분화 되어 태양의 움직이는 위치에 따라 정한 스물넷으로 구분되어 양력 2월 4일 경에 입춘을 시작으로, 이듬해 1월 20일경 대한까지를 말한다.
 
  그 중 여름에 해당된다는 입하(5월 6일)에서 대서(7월 23일)까지 여섯 절기가 여름에 속한다. 자연계의 이상과 기후의 변화로 봄·가을이 짧아지고, 더운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4계절을 인생과 비교되어 봄은 소년기, 여름은 청년기, 가을은 장년기, 그리고 겨울을 노년기라 한다.
 
  우선 여름이라 하면 더위가 먼저 떠오르고, 물과 녹음방초로 우거진 나무 그늘과 꽃다운 풀이 연상되고 바다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시인 조병화는, "여름은 인간의 생명의 큰 에너지의 원천으로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절"이라 했고, 여름은 날고 싶고, 뛰고 싶은 시즌으로 봄을 여성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남성의 계절로, 그리고 봄을 웃음의 때(시기)라고 한다면 여름의 힘의 때라 한다.
 
  여름의 특징과 더위를 상징하는 '삼복더위'는 염천(炎天)이라는 별명을 부를 정도로 매우 사나운 더위이다. 오후 2시쯤이면 45도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여름을 즐기며 폭염을 예찬하는 이들이 많은 글을 남긴다. 녹엽과 초엽 사이에 일어나는 가느다란 파동. 비단같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음향의 촉수! 녹음의 서늘한 촉각은 녹슨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린다. 청록의 영원한 젊음. 녹향청훈의 싱싱한 패기. 정말 여름은 젊어지라는 신(神)의 응원가인가.
 
  어떤 시인은 여름은 하나의 꽃다발이면서 시들 줄 모르는 영원한 꽃잔치요, 꽃대궐이라 한다. 그런 까닭은 언제나 자기 상징의 청춘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고, 자연의 성숙으로 아주 새롭고, 아주 신선한 선물인 것이 여름이다.
 
  문인 김광섭의 '비 개인 여름 아침'이란 시에, 비가 개인 날/맑은 하늘이 연못에 내려와/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녹음이 한 장의 종이가 되어/금붕어가 시(詩)를 쓴다. 겨울에 춥고 얼었던 대지가 봄날의 따스한 햇볕을 받아, 온갖 시련을 견디어 온 끓는 더위의 고통 속에서도 괴로워하며 참아 온 긴 인내의 세월이 인간의 축복이라는 말도 존재한다.
 
  여름은 비밀을 간직하기에 어려운 계절이다. 닫혀진 창이란 없다. 모든 것이 밖으로 열려진 여름 풍경은 그만큼 외향적이고 양성적이다. 여름의 숲속은 푸른 생명의 색조를 드러내며, 그 숲에는 각종 벌레들의 구슬픈 음향으로 가득 차 있다.
 
  은폐가 없고 침묵이 없는 여름의 자연은 초목처럼 싱싱하다. 고독을 취미로 삼고 있는 우울한 철학자도 복중의 무더위 속에서는 밀실의 어두움을 버려야 한다. 육체도, 사색도, 모두 개방시켜야만 하는 것이 여름의 생리다.
 
  여름이면 제일 가고 싶은 곳이 산과 바다다. 더위를 안고 산을 오르며 정상에서 만끽하는 시원한 바람의 향기가 정결하다. 솔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쾌감이 더욱 간절한 것은 그 바람에는 가시가 없고 모진 것이 없어 선량한 기분이 인간을 지혜롭게 만든다. 넓은 바다를 한참 응시하다 보면 인간의 포부가 끝없이 성결해진다. 어떤 이는 여름을 쫓기 위해서 바다에 선다고 하지만 바다는 육지를 갈라놓고, 잇는 역할도 하지만 세상의 더러움과 아픈 상처를 씻어내는 휴양지다.
 
  사학자 최남선은, "큰 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 넓은 것을, 또한 기운찬 것을 보고자 하는 사람, 끈기있는 것을 희망하는 자는 해풍에 몸을 싣고 바다를 보라"고 했다. 인간의 역경은 산과 바다에서 경험한다. 노도(성난 파도)가 없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며, 위험이 따르지 않는 산도 산이 아니라고 격언이 있다. 이처럼 여름에만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여름의 멋은 그걸 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차지하는 매력이 있다.
 
  '여름을 탄다'는 말은 여름만 되면 식욕이 줄고, 몸이 쇠약해진다는 의미이고, '여름 불도 쬐고 나면 섭섭하다'는 말은 쓸데없는 것 같은 물건도 없어지면 서운하다는 뜻이다. 여름하면 모든 사람이 지루하고, 짜증스럽고, 견디기 어렵다고 하지만 빛나는 녹음. 생생한 산은 나뭇잎으로 무거워가는 신록과 새소리를 기다리자. 여름은 인생의 풍요로움이 다 녹아있다. 여름을 이기면 모든 것을 이긴다.
논설고문·교육행정학박사 손경…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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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